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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문화생활 리뷰

(일기) 해바라기(꽃) 키우기와 인생의 공통점(꽃 잘 키우는법 아님!)

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속담 하나를 보고, 이 속담의 의미를 해석해 봐야 한다. 조강지처는 버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속담의 의미는 '여자는 헌신해야 한다'라든지 '헌신한 여자를 버리면 안 된다'라는 편협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조강지처라는 자리에는 (괴로움과 슬픔을 함께한 사람들)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괴로움과 슬픔을 함께한 사람들을 더 소중히 해야 한다.

 

-꽃이 피어서 만개한다-

위에 뭔 개소리를 저렇게 정성스럽게 써놨나 궁금해 하면서 읽었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해바라기를 키우면서 느꼈다. 일단 기본적으로 처음 씨앗을 심을 때는 설마 이게 꽃이 되리란 생각조차 전혀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날씨가 안 좋은 날들도 많고 회사 베란다에 키웠기 때문에 주말에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이틀 동안 물을 아예 못 준 적도 있었다. 월요일에 가보면 거의 다 죽어서 아예 묻어줘야 할 정도의 상태가 되어 보이던 날도 많았다. 그렇지만 다 죽은 것 같은 그 순간조차도 관심을 주고 물을 주고 하다 보니 어느새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만개하는 날이 찾아왔다. 그리고 꽃이 만개하고 난 후에 이상한 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이 생긴다. 바로 물 주러 가다가 본 한 장면. 가장 먼 사무실의 이 꽃을 키우는지도 몰라야 할 곳에 있던 임원 한분이 해바라기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어쩌면 감동과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만개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고 오로지 씨앗부터 함께한 나에게만 소중한 2,000원짜리 다이소 화분이었는데, 보란 듯이 샛노란 모습을 뽐내며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자 먼 곳에 있는 누군지조차 모를 사람이 찾아와 주었다. 구석진 베란다 한편에 자리했을 지라도 꽃이 피어서 만개하고 꽃꽂이 서 있는 모습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나 보다.

 

-꽃이 만개한 후엔 시들 일만 남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꽃은 곧 시들 것이고, 시드는 모습과 잎이 떨어지고 묻히는 모습은 또다시 나만의 영역이 된다. 꽃의 일생이 마치 우리 사는 인생이랑 너무나도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개화기가 있는 듯하다. 가령, 가장 예쁠 나이의 젊은 여성이라든지, 가장 돈도 잘 벌고 기운도 넘치는 나이의 남자, 갓 취업한 취준생, 자식들을 다 키우고 마음을 놓으신 부모님들 등등. 이 모든 경우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들의 축하도 받고 먼저 찾아와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전성기, 리즈시절을 맞이하기 전부터 알아오던 오랜 친구나 부모님 또는 연인이 더욱더 소중하고 특별하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다이소 2,000원짜리 화분이 나에게는 내 새끼, 내 자식 같은 느낌으로 소중했던 것처럼, 우리라는 씨앗이 꽃봉오리가 맺히기까지 그 자체로 좋아해 주던 친구 부모님 등등을 떠올려보자. 꽃은 반드시 시든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리즈시절은 지나가고 지치는 시기가 온다. 하지만 우리가 시든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던 씨앗이던 시절부터 알아봐 준 사람들은 같이 시들어간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내'가 아니게 되진 않을 것이다. 마치 내가 키우는 해바라기가 시들고 가지만 남더라도 나에게는 처음 그 모습 그대로 소중했던 것처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

(노력은 꾸준히 하고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미래가 어둡다고 너무 낙담하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 꽃이 만개하는 시기는 모두가 다르다. 날씨,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꾸준하다면 꽃은 반드시 핀다. 나의 성공이, 젊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리즈시절에 꼭 알아야 한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예쁜 시절, 가장 화려한 시절을 하루하루 너무나 소중하게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고, 그 시절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특혜(?)들 또한 감사히 받고 겸손하자. 마지막으로, 내가 씨앗과 가지만 남았을 때에도 '나'를 '나'로 봐주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을 알아보고 만들고 소중히 대하자. 꽃이 피었다가 저물었다가 시들고 묻힐 때조차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