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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문화생활 리뷰

영화 나는 어제 내일의 너와 만난다 리뷰(미래와 과거란 무엇인가?)

불투명한 미래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설레이고 기대되는 시간.기뻤던 날들, 슬펐던 날들, 후회되고 되돌리고 싶은 사건 사고들,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지나고 나면 모두 다 좋았던 날들. 다시말해 '누구와' 공유하는지에 따라 악몽이 될수도, 계속 꺼내 보고 싶은 졸업앨범같은 추억이 쌓일수도 있는 시간.

 

chapter 1. 남자 주인공의 관점 - 만약 연인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면? - 함께 공유하는 추억의 가치

만약 연인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면 어떤 기분일까.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시간은 반대로 흘러간다. 남자 주인공이 사는 오늘은 여자 주인공의 어제이다. 이것을 공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하거나 분석하려고 하면 영화에 제대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니 따로 생각해보려고 하지 말자. 어차피 모든 시간이동은 분석하려고 하다보면 모순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과 매일 매일 크고작은 추억을 만들어 가지만 이 모든 경험은 오롯이 혼자만의 영역이다.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이 흘러가는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이 함께 했던 추억을 공유하지 못한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남자주인공은 멘탈이 붕괴되고 밀려오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연인이 나와 함께 했던 모든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에 걸린것과 같은 일이다. 그냥 단순히 서로 얼굴만 보고 순간을 즐기는 엔조이(?)가 아닌 사랑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만큼 마음아픈 일이 없다. 우리가 만드는 일상다반사는 혼자만 가지고 있다면 가치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혼자 열심히 공부하고 학습하는 자기계발의 영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경험'이나 '추억'의 범주에 해당하는 일상다반사이니 너무 극단적으로 이해하지 말자). 어떤 고생과 역경을 겪었더라도 '누구와' 함께 했는지에 따라 좋은 시간 좋은 추억으로 남고,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경험들이다. 그렇게 소중하게 쌓아올린 탑이 알고보니 1층에서 계속 무너지고 있다면 과연 그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남자 주인공이 울면서 모든것을 한순간에 포기하고 싶어할 만큼인 상실감.

 

chapter 2. 여자 주인공의 관점 -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기대되는 vs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에 더 불안하고 무서운 - 

어떻게 미래를 대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변한다. 하루하루가 기대감에 가득 차 있거나, 하루하루가 걱정되고 불안하거나. 그런데 만약 이 모든 미래를 모~두 알고 있고 예측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과연 바라던대로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까. 그 해답을 이 영화에서 조금은 찾을 수 있다. 여자 주인공은 미래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남자 주인공의 모든 미래를 이미 겪어본, 다시말해 이미 모두 알고있는 초능력자 같은 존재다. 미래를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과연 기뻐 날뛰면서 "그럼 우리 미래에는 뭐해? 미래에 난 어떻게 돼?" 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슬퍼하고 큰 상실감을 느낀 이유는 바로 순간순간 만들어가는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과 함께 이러한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그 미래를 받아들일 때의 감정을 함께 '공감'하고 싶어한다. 알고 있지 못한 미래이기 때문에 어떨때에는 더욱 떨리고 긴장되며 불안하기도 한 감정들이 섞여서 거대한 감동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미 모든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일만 남은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같이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기대되고 가치 있는 것.

 

-결국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 연인(사랑하는 사람)의 과거와미래에 대해

결국 만들어 온 과거와, 만들어 갈 미래의 가치를 소중히 하라는 메세지가 있는것이 아닐까.

만들어 온 과거 :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시간은 서로 반대로 흘러가면서 사귀기 전의 모습까지 계속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한다. 사귄 후에 만들어 온 과거는 당연히 함께 공유하고 '나'라는 사람 '너'라는 사람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만들어 갈 미래 : 가장 감명깊은 장면중 하나는 20살의 주인공이 35살의 상대(연인)를 궁금해 하는 장면이다. 20살의 현재 존잘러 존예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35살 45살 55살의 '너'가 궁금한 것이다. 늙어가는 것조차 신난다.

 

오늘은 쓰다보니 뭔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노인이 되어서도 산타모자 같이 쓰고 손잡고 따땃하게 햄버거를 먹어보자.